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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adelina:) 2015. 4. 1. 13:1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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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inmal ist keinmal. 한번은 중요치 않다. 한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p21

그 당시 토마시는 은유란 위험한 어떤 것임을 몰랐다. 은유법으로 희롱을 하면 안된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


p28

토마시는 생각했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 욕망은 오직 한 여자에게만 관련된다.)


p63

"당신을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사랑했을 거야."

당시에도 그 말을 듣고 토마시가 야릇한 우울함에 빠졌더랬다. 테레자가 그의 친구 Z가 아닌 자기와 사랑에 빠진 것은 철저히 우연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가능성의 왕국에는 토마시와 이루어진 사랑 외에도 실현되지 않은 다른 남자와의 무수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다. 

...

토마시는 그의 친구 Z에 대해 테레자가 한 말을 떠올리고 그들의 사랑의 역사는 'Es muss sein!'이라기보다는 'Es könnte auch anders sein.(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었는데.......)'에 근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p87

그런데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 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 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그저 침묵하는 그 무엇일 따름이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 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

...

필연과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p78

모성애가 희생 그 자체면, 태어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죄인 셈이다.


p126

"그토록 아름다운 사진을 찍은 후에 사진을 포기할 수 있다니 이해할 수 없군요!"

그렇다. 소련 침공을 찍은 사진. 그것은 별개다. 그 사진은 토마시를 위해 찍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열정에 떠밀려 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아니다. 증오의 열정이었다. 그러한 상황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가 열정적으로 찍은 사진에는 이제 더 이상 시사성이 없으므로 누구도 원하지 ㅇ낳는다. 오로지 선인장에만 영원히 시사성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선인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p327

수많은 여자를 추구하는 남자는 두 범주로 쉽게 나뉠 수 있다. 한쪽은 모든 여자에게서 자기 고유의 꿈, 여자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찾는다. 다른 쪽은 객관적인 여성 세계가 지닌 무한한 다양성을 수중에 넣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첫번째 부류의 집착은 낭만적 집착이고, 그들이 여자에게서 찾는 것은 그들 자신, 그들의 이상이며 그들은 항상 끊임없이 실망한다. 왜냐하면 이상이란 우리가 알다시피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이 여자에게서 저 여자로 옮겨 다니게 만드는 실망은 그들의 바람기에 일종의 멜로드라마 같은 변명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많은 감성적인 부인네들은 그들이 지닌 불치의 일부다처주의를 감동적이라 생각한다.


p337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p385

"별을 보고 있어."

"거짓말하지 마. 당신은 별을 보고 있지 않아. 당신은 땅바닥을 보고 있어."

"비행기에 타고 있으니 별이 우리 아래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