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20150531

adelina:) 2015. 5. 31. 19:18

올봄은 개인적으로는 길었던 노력의 결실을 맺은 감사한 봄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 가족들에겐 많이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봄의 마지막엔 결국, 행복한 기억이 남는다. 


이모의 커다란 침대에 언니랑 이모랑 엄마랑 이리저리 포개지듯 누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옛날 추억들을 꺼내며 웃던 그 2015년 2월의 기억은, 아마도 앞으로의 내 일생을 통틀어서도 가장 소중하게 간직될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대 중반의 다큰 손녀딸이 집에 혼자있는게 걱정된다며 굳이굳이 분당에서 고속터미널까지 지하철을 타고 나오신 할머니와 신세계에서 사먹던 어느 겨울의 점심도 마찬가지겠지. 


지난 5일간 우리 가족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은, 지금쯤 이모랑 할머니는 그곳에서 만나, 이것아 너는 왜 벌써 여기에 와있냐 / 엄마 심심할까봐 미리 와서 좋은자리 잡아놨지~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세례를 받고 나서도, 누군가가 종교에 대해 물을 때면 한발 물러서서 짐짓 객관적인 척을 했었는데, 이제 알겠다. 왜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지.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게 될수록, 그렇다면 다른 무엇, 하찮은 나 말고 엄청난 그 무엇에게 빌고 싶어지는 거겠지. 


할머니와 이모는 아마 지금쯤 그곳에서 2015년 2월의 우리처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거다. 그렇게 믿으니 참 행복하다.


덥다, 이제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