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lina:) 2014. 11. 30. 20:29

홍콩여행에서 제일로 기억나는게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고민 없이 두개의 레스토랑을 꼽을 수 있다. 여행첫날 꼬박 한시간을 땀 뻘뻘 흘리며 고생고생해서 찾아갔으나 먹지 못한 라멘집 kaukee와, 여행 마지막날 또 거진 한시간을 걸려 찾아갔던, 세상에서(말그대로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었던 북경요리집 american restaurant.

원래 가려고 했던 북경오리 음식점에 가지 못하게 되어 급하게 구글을 뒤져 찾아가게 된 레스토랑. 사실 북경오리집 주제에 "아메리칸"인게 뭔가 매우 찜찜했었는데.

엊그제 홍콩 얘기를 하면서 베이징덕 먹으러 다시 가고싶다- 했더니 쏭은 오히려 저 레스토랑은 다시 가고싶지 않다고 하더라. 그얘기를 듣자마자 나도 고개를 끄덕끄덕. 한껏 신나서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마지막이라며 비싼 요리들을 잔뜩 시켜놓고 고량주까지 한잔씩 들이키던 그 몽환적이기까지 했던 분위기는 아마도 아쉽게도, 앞으로도 다시는 느끼지 못하겠지. 그 분위기 덕에 그 음식들이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음식들이 되었던 거고. 그때의 그 기분을 생각하고 레스토랑에 다시 찾아갔다가는 실망하고 돌아올게 뻔해.

이제는 뽕을 뺐다고 생각하는 홍콩에 내 의지로 다시 가게 된다면 그건 아마도 저 두개의 레스토랑 때문이 되겠지만, 막상 홍콩에 다시 가게 된다 해도 왠지 kaukee도 american restaurant도 결국은 가지 못하고 돌아올 것 같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의 그 '다음'의 여지를 담겨두고.

아쉬움(미련 말고 아쉬움!)이 있기에 추억은 시간이 갈수록 맛있는 거구나.
대학교 2학년 에엉언니가 판결문을 읽는 내내 주책맞게 무대위에서! 눈물을 흘렸던 형모재 끝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평생을 갈 아쉬움, 그 아쉬움이 남아 다행이라고.

지금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