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the children of darkness
*2014.10.27.
맨날 고스 듣겠다고 설치다 정지영님의 스윗뮤직박스의 고지를 넘지 못하고 쿨쿨 자버리기 일쑤였지만, 그래서인지 어쩌다 두시까지 버텨 들은 고스는 그다음날 학교에서의 이야기거리가 되곤 했다. 취향 맞는 친구들 몇몇과 어제 마왕이 어쨌지 저쨌지 하면서 키득거리는게 나름의 소소한 재미였다.
신해철 세대도 아닌 내가 왜이리 하루종일 먹먹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라디오는 구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하던 중딩 김엘리에게 새벽녘까지 깨어있는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라디오의 매력을 알려준게 마왕이었구나.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그대에게의 전주는 아직도, 처음 노래를 듣고서는 깜짝 놀라 집에서 급하게 무슨 노래인지를 찾아보던 그때처럼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한다. 좀 ‘노는’ 언니들이 하는 체육대회 치어리딩은 나에게는 완전 딴세상 이야기였지만, 그대에게 곡에 맞춰 하는 치어리딩만은 참 예뻐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나의 중학교 시절 추억조각들.
마왕, 편히 쉬세요.
*2014.10.29.
내 또래에게 마왕은 일종의 암호 혹은 코드의 역할을 해주었던 것 같다. 새벽 두시 고스를 듣는 너와 나를 연결지어주는 코드.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듯 무척 평범한 반항기 중딩들의 동질감을 확인시켜주는 암호. 말그대로 중2병에 걸려 고독감을 느끼던ㅋㅋㅋ 어린날 여중딩들의 벗.
마왕에 대한 추모는 결국 우리 어린날 추억에 대한 추모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추억 하나가 막을 내렸구나, 너와 나의 키득거림을 이제 보내줘야 하는구나, 라는 아쉬움.
신해철 노래를 얼마나 들었다고 이제와서 친한척이냐, 는 누군가의 비난에 대한 나름의 변.
그나저나 마왕은 알까, 본인이 신해철 세대도 아닌 2000년대 초반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수많은 범생이 여중생들에게도 꽤나 커다란 의미였다는걸. 정작 나도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누구 말마따나 이제서야 다시 찾아듣는 신해철 노래 가사들이 참 외롭고 따스해 더 안타깝다.
*2014.11.21.
어느덧 거진 한달이 지났건만, 여전히 믿기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