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사람

2015. 6. 28. 13:01 from daily life

​어제는 '너가 좋아라하는 김목인 거기서 공연하더라 (무료로!)' 하는 친구의 말에, 나에게 김목인을 전도해준 에엉언니랑 응암동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헌책방이라는 장소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도 '김목인'과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책들을 발견하는 보물같은 장소.


아기자기한 헌책방 내부. 

다소곳하게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따뜻하게 노래부르던 김목인.

아, 이 한결같은 사람. 


첨 듣자마자 딱 꽂히는 노래 은근히 드문데, 김목인 노래들은 몽땅 다 그렇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모양이 다른 컵들과 병실의 택시기사 아저씨. 

​공연후에는 맥주마시며 김목인 예찬을 한참 했다. 어쩜 저렇게 좋은 가사를 쓰는지, 작사수업할만하다며. 김목인 왜 안뜨지, 이상하다, 뜰만한데, 우리 취향이 특이한가? 이런 얘기를 잔뜩.

(그리고는 에엉언니에게 정말 힘이 되는 말을 들었다. '너만이 할 수 있는 변호사로서의 일이 있을 것 같아-' 나 직업선택 영 잘못한거 같다며 한탄하고 사는 요즘의 나에게 꼭 필요했던 한마디.)



​오늘은 오랜만에 깜지랑 에슬언니까지 여섯이 다 모여 유정언니 생일파티. 

어제 비가 오고는 오늘 하늘 참 맑았다. 언제가도 예쁜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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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delina:) :

예영언니의 추천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다. 하루만에 사랑에 빠져서 앨범 수록곡을 모두 섭렵한 김목인..! 귀여운 멜로디와 일상 속의 가사들. 그의 고민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가사들이 많아 맘이 따뜻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와 사려깊은 밤, 꿈의 가로수길이 좋다



<꿈의 가로수길>


그는 밤의 가로수 길을 따라 걷고 있었지, 
그 곳이 큰 길의 도로변인 줄도 모른 채. 
겨우 올라탄 좌석버스 안의 내게 다가와 
술 취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지. 
“원래가 서울이 고향이신지?” 

그는 오래 전 헤어진 한 사람 얘길 꺼냈지. 
그녀의 고향이 나의 고향과 같다면서. 
사실 그 곳은 나의 고향과 아무 상관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곳에
그 곳에 가면 정말로, 

그는 그녀가 들려주었던 
가로수 길 얘길 했지. 
같이 가보기 전에 헤어진 사람. 
사실 그 곳은 나의 고향과 아무 상관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곳에. 
그러나 생각해보니, 

나는 오래 전 그 도시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지. 
커다란 가로수가 양쪽으로 펼쳐진. 
순간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 곳이 나의 고향인 듯 말했지. 


그 곳에 가면 정말로, 
커다란 가로수들이, 
길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져 있지요.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매년 일정 비율로 태어나는지 음악의 아이들은 계속 나타난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누구나 좋아하지만, 누구나 집안에 들여놓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엄청난 어려움에도 위대하고 아름다운 교향곡들을 남겨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현대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야생지대다.



<사려깊은 밤>

언젠가는 올 것만 같았던 순간
아득하게 같이 걸어가는 밤

너는 내게 눈물이 난다며 웃고
그 모습에 문득 따뜻해지네

그러니까 너도 알았던 거잖아
한 시기가 지나는 그 느낌을

먼 곳으로 흩어져 있던 수많은 날들
계절처럼 다시 다가서 있고

언젠가는 올 것만 같았던 순간
어둠 속을 앞서 걸어가는 너

그러니까 너도 알았던 거잖아
한 계절이 지나는 그 느낌을

언젠가는 올 것만 같았던
그러니까 너도
아득하게 같이 걸어가는 밤
한 계절이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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